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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자취는 처음이라

자취하며 깨달은 것들

by 오류정 2021. 2. 2.

아침을 준비하며 점심을 생각하고 점심을 준비하며 저녁을 생각한다. 부모님 집에서 편히 지낼 때는 매 끼니 차려주는 음식을 고마운 마음도 모른 채 그냥 먹기만 했었는데, 홀로 자취를 시작하니 끼니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처음 일주일은 밖에서 사 먹었다. 아침은 집 앞에 왕돈가스에서 돈가스를 먹거나 만둣국을. 점심은 집 옆에 순댓국집에서, 저녁은 외출하는 일정에 맞춰서 청국장과 백반을 먹었다. 일주일은 괜찮았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았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문제는 밥값이었다. 부모님 집에 얹혀있을 때는 집에 있으면 밥값이 나갈 일이 없었다. 집에서 나갈 때만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혼자 나와서 사니 모든 게 돈이 들었다.

장을 보기로 했다. 근처 홈플러스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다. 맛있는 머스킷. 치킨, 족발 사고 싶은 게 지천에 널려있었다. 예전 같으면 별 고민 없이 비용을 치르고 샀을 텐데 상황이 바뀌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가격이었다. 그냥 딸기를 먹었다는 느낌의 5천 원짜리 딸기를 사느냐, 한 개를 먹더라도 맛있는 1만 원 딸기를 사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먹고 싶은 건 많지만 사서 먹은 뒤에 치우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먹고 남은 쓰레기는 냄새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으로 마트를 1시간 배회했으나 결국 산 건 7천 원짜리 딸기와 김이 전부였다.

이사하면서 받은 쿠쿠에 밥을 앉혔다. 1인분은 너무 적은 것 같아 2인분 쌀을 밥통에 넣었다. 손가락 두 마디와 세 마디 사이에 물이 찰랑거리게 물 조절을 하고 뚜껑을 닫고 취사 버튼을 누른다. '쿠쿠가 맛있는 밥을 준비 중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오고 액정 화면에 30분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밥이 다 되기까지 앞으로 30분. 30분 동안 뭘 할까 생각하다 청소와 빨래를 하기로 한다. 청소하며 알았다. 4평 집인데 먼지는 매일 쌓이고 혼자 사는데 빨랫감은 매일 나온다는 것을.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귀찮아 다음에 하지 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을. 

혼자 살아보니 알겠다. 부모님 집에 기생할 때가 좋았단 것을. 몸을 움직이며 느낀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나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