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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춤이 된다면) 일주일에 두 번, 에너지 충전

by 오류정 2019. 10. 17.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언제인가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선택하겠지만 저는 특이하게 수요일과 토요일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살사 모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수요일엔 정모(정기 모임의 줄임말), 토요일엔 정벙(정기 번개의 줄임말)이 있습니다. 홍대 주변에는 많은 살사 동호회가 있고 다양한 살사 바가 있습니다. 현재 제가 활동하고 있는 라틴 속으로(이하 라속)는 매주 수요일엔 보니따(Bonita), 토요일엔 마콘도(Macondo)에서 모임을 갖습니다. 

수요일인 어제, 보니따에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111기 동기들 6명과 초중급 수업 지도해 준 쌉(사부의 줄임말) 3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 9시경 보니따에 도착, 카카오페이로 입구에서 입장료 만원 결재를 한 후 라속 출석부에 이름을 적습니다. 이후 번호표와 음료 티켓을 받아 들고 살사 바에 입장합니다. 입구의 자동문이 열리자 112기 래형이님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네요. 가방에서 살사화를 꺼내 갈아 신고 검은색 힙합 두건을 머리에 두른 후 음료를 마시기 위해 안쪽 빠로 이동합니다. 최근에 사랑에 빠진 '블랙러시안'을 주문한 후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며 살사 바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합니다. 준비된 음료가 나오고 한 번에 쭈욱 들이키고 중앙홀로 나옵니다.

밤 9시 20분, 보니따 왼쪽 구석에 한 무리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 구석 자리는 초급 존이라 불리는 자리입니다. 보통 밤 10시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아직은 한산한 상황입니다. 초급 존에 모여 거울을 보며 베이직을 밟으며 몸을 풀기 시작합니다. 두 곡 정도 스텝을 밟으니 몸에서 열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네요. 함께 스텝을 밟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어느새 111기 동기들도 옆에서 같이 스텝을 밟고 있네요. 10시가 되자 초급 존에 오늘 첫 살사 수업을 마치고 살사 바에 온 113기 새내기 분들이 도착했습니다. 113기 쌉이신 여우별님께서 113 기분들과 함께 홀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덕분에 3분과 함께 홀딩하는 영광을 누렸네요. 다음에 여우별님께는 맛있는 음료수를 사드려야겠습니다.

"메나모 라쓰떼라 씸쁠 게라썹 니메라 메르딴메 마쓰떼 고라썹" 
'앗, 이곡은...'

살사 바에는 그 날의 음악을 담당하는 DJ가 있습니다. 살사 바마다 전담 DJ가 한 명씩 있고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외부에서 초청을 하기도 합니다. 보니따는 보통 살사 음악 3곡, 바차타 음악 3곡을 균등하게 틉니다. 앞서 113기 3분과 연달아 3곡의 춤을 춘 저는 잠시 쉬려고 빈자리를 찾다가 최근 제가 꽂혀있는 바차타 음악 Me enamoraoraste가 나오는 것을 알고 다시 춤을 추기 위해 플로워에 나갔습니다. 앉아서 쉬고 있는 동기분들 중 한 명과 춤을 췄습니다. 동기가 많으니 이런 순간에 참 좋네요.  

밤 11시 20분이 돼서야 보니따를 나섭니다. 밤 9시에 들어갔으니 2시간 20분을 살사 바에서 보낸 셈이네요. 2시간 20분 동안 제가 걸은 걸음수는 약 12,000보 정도네요. 머리에 둘렀던 검은색 힙합 두건이 땀으로 흥건합니다. 음악이 있고 맛있는 음료가 있고 함께 춤출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일석 사조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남은 목, 금을 버티게해줄 에너지 충전 효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살사 바에 갑니다. 좋아하는 춤을 만나러 갑니다. 맛있는 음료를 만나러 갑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흥겨운 음악을 만나러 갑니다. 마지막으로 본연의 나를 만나러 갑니다. 오롯이 에너지를 받는 이 곳이 저에게는 케렌시아입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케렌시아가 있나요?   

여러분은 혹시 자신만의 안식처가 있나요? 
삶이 지치고 힘들때, 그래서 본연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혼자 조용히 찾아가 숨을 고르며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말입니다. 스페인어로는 이렇게 다시 기운을 되찾는 곳을 '케렌시아 Querencia'라고 한다고 합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1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