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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찾기/금연 도전기

막 먹어 입을 쉬게 하지마

by 오류정 2021. 8. 20.

8월 16일 오전 6시, 금연 3일 차

작심삼일이란 말은 누가 만들었을까. 삼일이 얼마나 고비였으면 그런 말이 만들어졌을까를 실감했다.

잠은 푹 잤다. 금연을 한 지 이제 3일 차인데 그동안 잠이 잘 왔고 일어나면 개운했다. 역시 금연은 좋은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도무지 책에 집중이 안됐다. 그럼 글이라도 써야지 하며 컴퓨터를 켰는데 글도 써지지 않았다.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 상태, 무기력이 찾아온 걸까.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고 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108가지가 넘는다는 은유 작가의 말처럼 금연도 마찬가지다. 끊어야 할 이유는 한 가지고 다시 피워야 할 이유는 찾으라면 1만 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릿속 코끼리가 속삭였다. 

'이럴 땐 한 대 피워야지 ㅋㅋ.'

손이 떨렸다. 습관적으로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맞다. 어제 담배 버렸는데. 혹시 숨겨둔 담배가 있을까 하며 서랍 밑까지 뒤졌다가 다시 닫기를 몇 차례 반복. 내면의 목소리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에이~ 한 대 정돈 괜찮아. 아무도 모를 거야.'
'3일 했으니 한 대 피고 다시 3일 끊으면 되지.'
'아니야, 지금만 넘기면 괜찮아질 거야. 넌 할 수 있어.'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담배를 끊은 기재형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상황 설명을 마치자 기재형이 조언했다.

"막 먹어. 입을 쉬게 하지 마. 뭐라도 입에 집어넣어. 입이 심심해서 그런 거야. 지금 흔들리면 안 돼. 살찔 거 생각하지 말고 너 좋아하는 과자 잔뜩 사서 계속 먹어. 그리고 유튜브에 '금연'이라고 검색해서 영상도 계속 돌려보고. 오늘만 넘기면 괜찮을 거야."

막 먹어도 된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전활 끊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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