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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어난 일에 속상해말기

by 오류정 2023. 8. 22.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다.

3시 30분 제주 출발, 4시 30분 김포도착. 5시 20분 집 도착, 샤워 후 환복하고 7시까지 서교동 강연 장소로 이동. 8시 강연 시작. 이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제주 공항에 2시에 도착해 출국장 전광판을 보니 다행히 염려했던 비행기 연착은 없어 보였는데..... 면세점에서 동생 생일 선물을 사고 여자 친구 졸업 선물을 샀다. 그리고 이런 안내 방송이 나왔다.

“티웨이 항공 TW 7224편은 항공기 연결 관계로 출발이 지연되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예전에도 자주 그랬으니까. 30분 정도야 껌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4시가 다 되어서도 항공기는 출발할 기미가 없었다. 슬슬 가슴속에서 욱하는 감정이 치솟는다. 애써 누르려는데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결국 4시 30분이 되어서야 탑승을 시작했다. 김포 공항 착륙한 시간은 정각 6시. 내리자마자 오늘 강의를 연결해 주신 피터님께 예정보다 30분 늦을 수 있다고 알렸다. 사고를 인지한 순간 알리는 걸 사회생활에서 여러 번 알고 있았으므로.

김포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택시를 잡아탔다. 도로는 나의 기대와 달리 막혔다. 차들은 왜 이렇게나 많은지. 하늘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 이대로라면 오늘 강의는 제시간에 시작할 수 있으려나. 세상에 내 미음대로 안된다는 걸 또 깨달았다.

택시에도 두 번째 피터님께 전화했다. 죄송함을 한껏 담아 표현했는데 마음처럼 잘돼지 않았다. 그래서 카톡으로 또 미안함을 전달했다. 그때 이런 카톡이 왔다.

‘이미 일어난 일에 속상해 말자고요. 조심히 오세요.‘

뜻하지 않은 위로. 가슴 졸였던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스쳤다. 와 이런 감동적인 멘트라니. 오늘 강의는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열과 성을 디해야겠다.

다행히 강의는 무사히 끝났다. 누군가의 배려로 시작된 강의. 오늘도 이렇게 또 배운다.